전통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 [녹나무의 파수꾼]
녹나무의 파수꾼
이 책을 매개로 모인 독서토론회에서 참가자분이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라고 했다.
마지막 장의 옮긴이의 말에서 보면 재미있는 악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밋밋하지만 덤덤한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누구 하나 악한 사람이 없다.
나도 동의한다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다음 세대를 어떤 눈으로 봐야 할까?
치후네와 레이토
이모 치후네와 레이토의 관계가 흥미롭다.
단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이가 가족으로 묶였다. 녹나무 파수꾼이라는 수수께끼의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치후네는 야나기사와 그룹의 중심에서 여황제와 같은 모습으로 호텔사업을 이끌어갔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일선에서 물러나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제국이 하나씩 뿌리 뽑히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하지만 항상 깐깐 함을 유지하고 레이토에게 이것저것 가르침을 준다.
꼰대의 기준
"그게 안 좋을지 어떨지는 그쪽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요.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나는 아무 말 않겠습니다."
녹나무의 파수꾼 p475
끈기를 가지고 애정의 시선으로 지켜봐야 한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응원을 해줘야 한다.
나에게 소속된 나의 분신/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성인으로 대할 때 내 아이가 혹은 다음 세대가 더 쉽게 힘든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
"나 때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라테 cf처럼 과거의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고민과 주장을 내가 이해 못한다면 공부를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다른 세대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 중심 세대의 역할이다.
내가 할 말은 줄이고 상대를 하나의 객체로 인정하고 지켜본다.
자의식에 빠져 내 할 말만 늘어놓는 것이 아닌, 어떤 시선으로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지.
그것이 꼰대의 기준이다.
사지 유미와 사지 도시아키
한가족으로 정상적으로 살아온 부녀 관계이지만 어쩐지 서먹하다.
아빠의 불륜을 의심한 유미가 도시아키를 미행하다 녹나무 파수꾼 레이토와 만나게 된다.
20살이 넘으면 성인이다.
성인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해야 한다.
의심을 해서 일을 크게 벌릴 것이 아니라 직접 묻고 이해 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화가 없는 가족은 그 의미가 크게 없다.
유미는 도시아키에게 질문을 했어야 했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혹시 다른 여자가 있는 건가요?
자신이 성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 있다면 아버지를 미행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형 키쿠고가 남긴, 보존해야할 가치가 동생 도시아키의 손에 의해 복원이 시도되지만 종국에는 조카인 유미를 통해서 그 가치가 완벽하게 재현이 된다.
유미의 큰아버지 키쿠고의 유산을 온전히 물려받는 것이 유미가 된다.
소키와 오바 도이치로 + 후쿠다
젊은 세대는 자신감이 없다.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가치관도 형성이 되어 있지 않고 경험도 많지 않다. 소키는 아버지 오바 도이치로의 유언에 따라 녹나무에 기념을 하러 오지만 그것이 성공할지는 강하게 의심을 한다. 본인의 마음속에 그 이유를 알고 강하게 부정했다. 화과자를 운영하는 회사의 사장인 아버지 오바가 회사의 승계를 위해서 소키에게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소키는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소키의 곁에는 후쿠다가 있다. 오버 도이치로와 같은 세대를 사람이지만, 진실을 알면서도 묵묵히 기다려주고 자신이 방향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소키가 스스로 행동을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물이다.
마사카즈와 가쓰기게
야나스 코퍼레이션의 대표 마사카즈와 그의 동생 가쓰기게. 치후네를 밀어내는 실세다. 회사 사은회 자리에서 레이토에게 충고를 하고 레이토가 현실의 자신을 자각하게 만드는 자극을 준다.
치후네는 이들에게 서운해하지 않는다 이들은 본인들의 일을 충실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녹나무의 비밀
녹나무는 선대의 가치를 후대에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선대의 부정적인 기억들도 남기게 된다.
내가 살아온 삶이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충실하게 산 사람만이 녹나무에 거리낌 없이 예념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좋은 가치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의미들도 함께 전달할 때 더 귀중한 교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숨기지 않고 모든 치부도 전달할 때 진정성이 닿을 것이다. 가치도 부정적인 의미도 후대에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판단은 그들의 몫이고 난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된다.
마무리
"레이토의 삶의 방식에 참견은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반론을 허락하지 않는 무언의 압력을 레이토는 느꼈다. 침을 꿀꺽 삼키고 가까스로 네,라고 대답했다.
녹나무의 파수꾼 p476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지금의 가치를 전달할까?
옳은 길이 무엇이다라고 그 방향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가치는 개인의 환경과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윗세대의 옳은 가치가 후대에는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큰 틀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제시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은 남겨놔야 한다.
녹나무와 그것에 관련된 비밀의 의식을 매개체로 가치의 전달이 시도가 된다.
결국 그것은
레이토가 치후네를 대신해서 이사회에서 멋진 발언을 한다.
그 발언으로 치후네의 정신이 깃들은 '호텔 야나기사와'는 당장 폐업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얻는 결과로 나타나고 ...
유미가 복원시킨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되고 ...
소키의 자각으로 표현됐다.
소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하는데 주저함이 없게 될 것이다.
모든 의미는 선대의 가치를 바탕으로 후대에서 한획을 더 긋게 되면서 그 결과는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다.
이 책은 궁금증을 밑바탕으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심리학과 자기 계발서에 한동안 빠져있었다. 소설은 오랜만에 읽어봤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희미하게나마 언젠가는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 선대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면서 살았나'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참고 자료가 된다.
열심히 찾다 보면 이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나라는 궁금증은 사라지고 본인만의 확고한 기준이 생기게 된다.
굳건한 신념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믿음을 기본으로 끝까지 매달린다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희망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절대 불행하지 않다. 아무리 그 길이 멀더라도...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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