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서평 4장 '소로처럼 보는 법'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이번 챕터에서는 은둔의 호숫가 월든에서 삶을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입니다. 은둔은 아니었다고 해요. 걸어서 30분이면 읍내로 나갈 수 있었고 각종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그렇게 홀로 숲 속의 생활을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이 주변 환경을 훑으며 정보를 뽑아내는 안테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각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감각정보에 압도되지 않도록 뒤엉켜있는 온갖 잡다한 것에 유의미한 신호를 걸러내는 필터에 가깝다. 소로의 말처럼 우리는 "무한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몫"을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받아들이도록 타고났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32
"늘 가던 길이나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머리카락 한올만큼만" 벗어나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32
보는 것의 역학은 양쪽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무엇을 보는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는가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베다"에서 말하듯 "당신이 보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34
인간이 흝어보는 것은 다른 동물들이 코를 킁킁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방식인 것이다. 훑어보다 보면 뜻밖의 경의를 만나기도 한다. '표면'이라는 단어와 '놀라운 소식'이라는 단어는 어근이 같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38
우리는 응시할 때보다 훑어볼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38
정말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나만의 월든인 이곳에서 더 명료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지만, 시각적 깨달음, 소로가 성취한 "단 하나의 확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실망스럽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에서 위안을 얻는다. 보는 데는 시간뿐만 아니라 거리도 필요하다고, 소로가 내게 말한다. "무엇이든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43
소로처럼 보는 법
소로의 숲속 생활은 그의 모든 감각을 훈련시켰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시각을 강조합니다. 철학에서의 시각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야사에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을 상기해 보면 시각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인식하는 것이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의 한계이고, 사람 또한 어떻게, 어떤 관점 혹은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서 악인이 위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인 것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마음 가짐입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작가 에릭 와이너는 단순히 시간을 들여 대상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것만을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봄'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작가 에릭 와이너가 강조하는 방법은 '흝어 봄'입니다. 소로처럼 보는 법 챕터의 마지막에는 자신만의 월든을 찾고 그곳에서 훑어 보는 능력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는 작가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확장이 일어나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과 함께 더 많은 시간과 거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철학은 알면 알수록 명백해지는 것은 없이 더욱 모호해진다는 말이 맞습니다.
작가가 찾은 자신만의 장소는 바로 스타벅스였습니다.
장소는 우리가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만큼만 특별해진다. 월든에 오지 마시오. 소로라면 자신의 21세기 팬들을 꾸짖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시오. 직접 만든다면 더더욱 좋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15
오래 본다는 것
이번 챕터를 읽는 내내 나태주 시인의 시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물건과 사람을 너무 빨리 정의 내리면 그것들의 유일무이함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소로는 그러한 경향을 경계했다.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 소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특수한 사례를 더 명확하게 들여다볼 것."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바로 규정하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20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본다는 것,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시간 내서 보지 않는다면 결국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시간을 들이고 거리를 두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에릭 와이너가 소로를 따라한 행동 - 허리를 굽혀 다리 사이로 거꾸로 바뀐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시선의 방향을 바꾸면서 행동으로 표현하고 시도해보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바라보는 각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관점을 바꾸면 어떻게 보느냐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느냐도 바뀐다 제대로 된 관점에서 보면 모든 폭풍과 그 안에 든 모든 빗방울이 무지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33
작가는 관점을 이야기하면서 폭풍우 속의 모든 빗방울이 무지개라는 말을 합니다. 너무 아름다운 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박하고 불만으로 가득 찬 환경 속에서도 내 관점만 바꾼다면, 비바람 치는 폭풍우 안에서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철학 연구에서 배운 게 있다면, 그건 첫인상은 틀릴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의심은 필수다. 의심은 우리를 하나의 확신에서 다른 확신으로 옮겨주는 버스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_ 소로처럼 보는 법 _ p.112
뻔한 것들을 뒤로하고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소로가 매일 산책했던 것처럼 작가도 그렇게 어슬렁 거립니다. 월든 호수가를 향해 가는 도중 모기떼의 습격을 받고, 널빤지를 밟아 넘어질 뻔한 위기를 겪고, 사색을 방해하는 현대의 소음들을 뒤로하고 개똥지빠귀로 추정되는 새를 발견한다. 그렇게 호수를 산책하는 작가의 모습은 평화롭습니다. 자유롭게 상상하며 소로와 함께 산책하고 대화하는 것을 꿈꿉니다. 우리는 모두 보는 것에 게으른지도 모릅니다.
"월든은 각성제로 쓰인 것이지, 처방전은 아니었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현실을 도피해서 아무도 없는 숲 속에 혼자 처박혀서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있다면, 그런 기회를 만들 수만 있다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했듯이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조금 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내 주변의 사물들을 둘러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고 싶었고, 인생의 본질적인 실상에 직면하고 싶었다는 소로의 말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소홀히 했던 내 주변에 눈을 돌리게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면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변의 아름다움 들을 확인할 수 있다면 결국 내 내면의 아름다움도 인생의 미덕도 찾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은 꼭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의 세상이 확장이 될 수도 축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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