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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 액션영화가 감동적인 이유

◆◇○◎ 2022. 8. 15.

탐 크루즈가 나오는 또 하나의 액션 영화?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탐 크루즈 주연의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그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 탑건: 매버릭은 제가 본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중 단연 최고였어요. 탑건 1편을 기억하시나요? 라이벌이었던 아이스맨 발 킬머, 동료였던 구스의 아내 역은 앳된 모습의 맥 라이언이었습니다. 1편은 서사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F-14의 기동과 젊은 톰 크루즈, 그리고 그의 연인이었던 켈리 맥길리스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젊고 싱그러움. 활주로를 질주하는 멋진 전투기와 그것과 나란히 달려가는 모터사이클. 구석구석 젊음을 내뿜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모든 것이 세월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해군 제독이 되어있는 아이스맨. 1편에서의 그 아름답던 F-14 전투기는 구닥다리로 전락했고 매버릭 본인도 현실에 머물고 싶은 노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탐 크루즈의 대사가 이 영화의 지향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파일럿의 시대는 가고 AI와 각종 정보기술로 로 무장한 드론이 나오고 있는 요즘 시대에 매버릭과 같은 베테랑 파일럿의 설 곳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폐기를 앞둔 다크스타 프로젝트의 목표, 마하 10을 넘어서기 위한 주인공 매버릭의 집착과 고집을 보여주면서 영화 초반 주인공의 캐릭터를 관객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애드 해리스가 연기한 케인 제독과의 대화.

The end is inevitable, Maverick. Your kind is headed for extinction.
마지막은 불가피하네, 매버릭. 자네같은 파일럿은 사라질 거야.

Maybe so, sir. But not today.
아마도 그렇겠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하는 매버릭의 대사는 탐 크루즈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962년생의 탐 크루즈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끊임없이 액션 영화를 찍는 배우입니다. 그의 행보도 어느 선에서는 멈출 때가 올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닌 거죠. 몇몇 감상평을 읽어 보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감동적이었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배우와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높고. 그리고 그것을 86년 탑건 1편을 봤던 36년의 세월이 흐른 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의 장면을 보는 시나브로 나이를 먹은 관객 본인을 성찰하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요? 액션 영화에 감동이라니요.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당시에는 최첨단, 지금은 구닥다리가 된 F-14 전투기

탑건: 매버릭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수많은 장면들 중에서 저는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F-14 전투기의 모습이었습니다. 86년도 탑건 1편은 미 국방부와 해군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했고 대대적인 물량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본인들을 홍보하기 위해 영화만 한 매체도 없었을 테니까요. 지금도 디자인이 가장 아름다운 전투기로 꼽히는 F-14 전투기는 실시간으로 동시에 6대와 교전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 제 머릿속에 각인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최신예 전투기였습니다. 탑건 1편을 통해 F-14 전투기를 알게 됐고 그때 이후로 항상 그렇게 고정되어 있었는데, 탑건: 매버릭에서는 제 마음속의 그 최첨단 전투기는 세월이 지나 이번 영화에서는 구닥다리로 전락했습니다. 탐 크루즈가 다시 F-14 전투기를 타고 비행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F-14 전투기의 등장 만으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머릿 속에 남은 멋진 OST


탑건: 매버릭이 감동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OST 때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들의 모습에서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의 도입부가 흘러나올 때 정말 감격적이었어요.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노래랍니다. 그 시절 탑건 ost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서 들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었어요.

케니 로긴스(Kenny Loggins)-Danger Zone
이 글을 쓰면서 위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는데, 이곡을 부른 케니 로긴스는 생각보다 많이 느끼하군요.

탑건: 매버릭 메인테마

마무리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볼 때는 개봉한 지 한참 지난 시점이었고 아이맥스관은 이미 다른 영화에게 자리를 물려줬 더군요. 그래도 대형 스크린으로 빵빵한 사운드와 함께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란 생각이 듭니다. 감각적인 CF 같던 1편과는 다르게 탑건: 매버릭은 튼튼한 서사를 지닌, 꼭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멋진 액션 영화였거든요. 저는 영화의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봤기 때문에 마지막 미션을 끝으로 매버릭이 사라지는 엔딩일 거라는 예상을 했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행방불명 상태. 그런 노병의 퇴장이 영화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F-14를 타고 귀환한다는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마무리 2

탑건 1편의 전단지에 실려있던 문구가 생각나네요.
왼편 위쪽 모서리에는
"남자라면 한 번쯤..."이라고 쓰여 있고
그와 대칭인 오른편에는
"여자라면 한 번쯤..."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별게 다 기억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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