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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추천, '렛맨'. 미치오 슈스케 - 근사한 미스테리

◆◇○◎ 2021. 4. 20.

미치오 슈스케의 '렛맨'을 읽었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과연 범인이 누구였 나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랫맨은 안경을 낀 대머리 남자의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뚱뚱한 쥐의 모습으로 보이는 그림입니다. 

랫맨_그림
랫맨

같은 그림이지만 동물 뒤에 나오는 그림은 쥐의 모습으로, 사람 뒤에 나오는 그림은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인간의 착각을 보여줍니다.  

 

히메카와 료

주인공 히메카와 료는 중반이후 살인사건을 인지합니다. 자신의 전 애인이 죽은 것이죠. 이것이 자신의 현 애인인 '게이'가 한 소행이라고 단정지은 료는 필사적으로 살인사건을 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치밀하게 현장을 조작합니다. 과거에, 그의 누나가 사고사로 죽었습니다. 두 사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오해와 단정. 누군가를 향한 연민과 반신불수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해했던 행동을 자신도 똑같이 반복합니다. 

 

미스터리 소설이 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이야기가 꼬이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말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 안에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의 합리화와 이어집니다. 그 부분이 흥미로워요. 왜 자신은 현장을 조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편향은 무엇이었고, 자신의 생각과 사건의 실체는 어떻게 다른지 밝혀지는 과정에서 아~! 하고 독자를 경탄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진지함을 넘어서는 흥미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의 죽음. 그 현실을 밝혀내기보다는 어떻게든 은폐해야 한다는 믿음. 소매에 뭍은 핏자국은 결국 과거에는 붉은색 물감으로 현재에서는 스스로의 피로 밝혀지지만 제삼자인 '료'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됐습니다. 인간의 나약함. 혹은 인간이 정보를 접하게 되면 랫맨 그림과 같이 어떻게 편향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마무리 

모처럼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시대의 아픔이나 무시무시한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거창한 이야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글솜씨가 흥미롭습니다. 초반 중반까지 서사를 쌓아가다 종반에서는 흩어져있던 사건들의 개연성들을 이어 나가는, 떡밥을 정리하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나오는 엘리베이터. 각층을 지날 때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공포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인생과 똑같다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오는 장면 묘사까지. 작가가 대단한 이야기 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다운 소설.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이었습니다. 

 


료가 저지른 실수는 휴리스틱(어림짐작)에 의한 오류 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나의 죽음과 관련해서 트라우마로 짓누르는 그의 과거가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게이를 위한 일이 아니었어요. 의심이 든다면 사실을 직시하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결국 그 가 덥고자 했던 과오는 게이의 것이 아니었어요. 료의 호의는 잠깐이나마 사건을 난항에 빠뜨렸고, 경찰의 수사능력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죽음. 그리고 성과 관련된 추문은 들춰내서 마주보기가 거북합니다. 사실을 똑바로 마주 보기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죄는 미워할 수 있겠죠.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실수. 그것을 묻어두기보다는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태도가 과오를 저지른 상대를 향한 최선의 존중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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